지금은 여전히 햇볕이 따갑게 목 뒤를 때리는 8월.
학교 앞에서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입 안에 머금고 퍼져오는 쓴 맛을 느끼며
변변찮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1번 버스를 타고 노량진으로 향했다.
노량진 역사 안으로 들어선 나는 어느 방향으로 가는 열차인지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가장 빨리 오는 열차에 몸을 싣고는 열차 안 냉방 상태에 만족하며 더위를 식혔다.
몇 정거장을 지나지 않아 시청역에 도착했다.
우루루 내리는 사람들 때문에 문 앞 쪽에 서 있던 나는 에어콘의 시원한 바람을
더 이상 즐기지 못하고 열차 밖으로 내팽겨쳐졌다.
어쩔 수 없이 발이 이끄는대로 한 출구로 나와본다.
출구를 빠져나오자마자 후끈한 늦여름의 열기가 다시 몸을 덮친다.
내려쬐는 햇볕에 눈살을 찌뿌리고 목덜미로 흐르는 땀을 연신 닦으며
터덜터덜 발걸음을 내딛었다.
아 이곳이 덕수궁이구나.
10년동안이나 서울에 살면서 나는 도대체 뭘 했는지 여지껏 덕수궁이란 곳엘 가 본 적이 없다.
우리 민족의 얼이 서려있을 이 덕수궁 담벼락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덧 대한문이라는 곳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햇볕이 사정없이 두들기고 아스팔트가 연신 열기를 뿜어내는 그 길거리에
그들이 있었다.
덕수궁 옆을 걸으며 우리나라의 역사, 문화재의 소중함 따위를 생각하던 나는
내 시선 한가운데로 그들이 들어오는 그 순간 그대로 멈춰섰다.
그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물끄러미 이 검은 사람들을 바라 보던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연신 머리꼭대기에서부터 흘러내리던 땀이 눈에 들어가서 따가워 눈물이 흐른게 아니었다.
갑자기 외할머니 생각이 나서 운 것도 아니었다.
심장이 따가워서. 그래서 울었다.
나는 그대로 무너져 그들 앞에 엎드려 펑펑 울었다.
심장이 아프고 울컥울컥 올라오는 슬픔이 내 목을 죄어와서
왜 우냐고 물어보는 그들에게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진 출처: 세상을 보는 노동자의 눈 울산노동뉴스(http://www.nodongnews.or.kr)
<쌍용차 희생자 추모 범국민대회..."추모는 끝났다"> 성기훈 기자 中
저는 한번도 덕수궁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글을 쓰고 난 지금도 그렇습니다.
어제 밤 잠자리에 들었다가 '나는 딴따라다' 새 에피소드가 있길래 들어보았습니다.
공지영 작가가 나오셨더라구요. <의자놀이>라는 책에 대하여 이야기했습니다.
나딴딸답게 무겁지만은 않은 분위기로 진행되었지만
프로그램 말미에 문득 대한문 앞에서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쟁중인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장면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과연 나는 그들을 마주치면 무슨 말을 건내야 할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하여도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그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참을 수 없이 터져나왔기 때문입니다.
<의자놀이>를 구입하게 되면 4200원이 후원금으로 보내지게 된다고 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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