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서울나들이를 갔을 때 내가 학교 앞에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내 첫 사회경험이었던 레드벌룬이었다.
오랫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 곳에서 사장님과 사모님께서 많이 이뻐라 해주셨기에
나도 틈틈이 찾아가 인사를 드리곤 했다.
사장님께서는 요즘 인상학 강의를 다니신다고 한다.
내가 사장님과 함께 일할 적에는 사주팔자를 열심히 공부하고 계셨었는데
어느덧 꽤 능숙한 역술인(?)이 되셨나보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생년월일시.
즉 사주를 물어보셨다.
83년 10월 31일 17시 50분생 이것이 나의 사주다.
사실 나는 사주가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성격이 더럽다는 것을 맞춰 버렸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온순한 척 하고 있지만 드러운 성질을 속으로 숨기고 있다는 정곡을 찌르는 사주.
근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런 얘기를 들으면 누구나 다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끓어오르는 속을 다스리지 않고 그대로 표출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법치국가에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 말이다.
사주팔자에 의하면 나에게는 세가지가 없다고 한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하면 여자애들이 나를 안좋아할까봐 사주에 대한 글은 쓰지 말까도 생각했었지만
그래도 점보는 이야기는 여자들이 좋아하잖아.
첫 번째로 나에게 없는 건 돈이다.
뭐 지금까지는 맞는 말이다. 난 아직도 백수이니까.
근데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다면 너무 억울하잖아.
내가 돈을 많이 벌거라고 하니까 돈을 너무 좇아가면 망한다는 의미이란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을 좇지 말라니. 흑.
그래도 워낙 부모님으로부터 착하게 살라는 교육은 잘 받아들여서
나쁜 짓 안하고 남의 돈 탐하지 않고 그렇게 살 자신은 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사주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두 번째에서 나는 속으로 폭발했다.
나에게 없는 두 번째는 여자다.
여성들이여, 여자 없이 오로지 마누라만 보고 살아야 하는 타고난 순애보가 여기 있으니,
비록 지금은 백수이나 얼른 채가시길 바랍니다.
거기다가 평생을 마누라에 잡혀 살 운명이라고 하니 결혼해서 기 펴고 사실 여자분들이라면
반드시 여기 저를 꼭 붙잡으시길 바랍니다.
남자한테 여자가 없다니, 이건 돈 없는 것보다 더 불행하지 않은가.
세 번째는 아버지와의 연이 없다고 한다.
나 줏어온 거야?
우리 아빠 저기 거실에서 바둑 두고 계시는데?
어짜피 재미 삼아 보는 사주팔자라지만
이 세 가지에 기분 팍 상했다.
물론 웃으면서 사장님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니 그 정도면 사주팔자가 충분한 역할을 한 것 같다.
사업이나 도박, 주식 같은 곳에 손대지 말고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씀하셨다.
성격이 꼼꼼하게 주변을 잘 챙기기에,
그리고 일을 많이 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고 하니 회사에서는 좋은 인재가 될 것이라고.
그러니까 지금 제가 이력서 넣어놓은 회사의 사주님들.(사주팔자 할 때의 사주가 아닙니다.)
여기 일복 많고 성실한 사람이 있으니 얼른 데려가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사주팔자 참 재미있다.
여자들이 왜 타로점 보는 걸 좋아하는지 알 것 같네.
사진출처: 네이트 지식, 운세를 보려고 하는데 서울에서 유명한 점집은? 글의 qsm44eun님의 답변 中
http://ask.nate.com/qna/view.html?n=6304117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