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D' 라는 말이 있다.
'Down Team is Down' 이라는 뜻인데
안되는 팀은 안된다는 말이다.
프로야구의 모 팀 때문에 알게 된 말인데
이걸 응용해서 친구가 DND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될 놈은 된다' 라는 뜻이다.
나는 '될 놈'인가, '안될 놈'인가를 한참 생각해 보았는데
요즘 일이 돌아가는 걸 보면 그래도 '될 놈'쪽에 가까운게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희망이기도 하지만.
몇 일간의 서울 생활, 그리고 앞으로 쭉 살 방을 구해 놓고선 고속 버스에 몸을 실었다.
1년 전 이 맘 때 이 버스를 탔을 때, 나는 그동안 정들었던 서울에 이별을 고하며 눈물을 흘렸었다.
그리고 1년 후 지금, 나는 버스를 타고선 그 때와 같이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이 눈물은 그 눈물과 다르다.
버스가 아직 출발하기 전, 어깨를 누르던 가방을 내려 놓고 의자 높이를 조절하여 뒤로 기대어 창 밖을 보니
남자친구가 버스에 타 있는지, 한 여자 분이 버스 옆에 서서 생글 생글 웃으며 한 좌석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에 내가 차마 하지 못했었던, 하지만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그 인사를 웃으며 하고 있는 그 여자 분을 보니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떠나간 사랑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때 아닌 감상에 잠겨있다가 버스가 출발하고 문득 창문을 보니
물방울이 창문에 맺혀 도로록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나보고 눈물을 쏟아 내라고 종용하는 듯이 한 줄기, 또 한 줄기 쉼없이 떨어졌다.
곧 임종을 앞둔 친척에 마음 아파하는 친구의 카톡과,
그리고 철 지난 궁상에 빠져 허우적대던 복잡한 머리 속이 이리저리 엉켜
결국 눈물을 찔끔 쏟아냈다.
1년 전 이맘 때 이 버스 안에서 나는
이제 한동안은 만나지 못할 사람들에게 나의 구미행을 알리고 있었다.
'나 구미 간다''저 구미 가요'
왜 가냐는 그들에게 스스로 낙향이라 이야기하며
플랫폼에서 멀어지는 버스를 보며 서럽게 울었던 그 때의 나는
오늘 버스에서 벌인 지지리 궁상마저도 떨 여유가 없던
'안될 놈'이었나 보다.
그랬던 그 놈이, '될 놈'이라 외치며 다시 서울에 나타났다.
내가 대학생활 10년을 다 바쳐가며 했던 모든 것들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는 생각에
좌절해야만 했던 '안될 놈'에서,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어필할 수 있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그것들 그대로 '나'임을 확인했을 때 나는 '될 놈'이 되어 있었다.
너 이 '될 놈'.
얼마나 잘 되는지 내가 기쁘게 바라봐 주겠어.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를 경험하는 새로운 방법! 엄지뉴스, <[공모-가훈] 될놈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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