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을 보았다.


멜로 스타일인건지 이런 작품을 보고 나면


감수성이 예민해져서 몸에 힘이 스르륵 풀린다.



마치 마음이 '말랑말랑'해 진 것처럼.



말랑말랑한 마음을 품고 살았으면 좋겠다.


단련하고 또 단련해 딱딱해진 근육같이 손으로 꾹 누르면 오히려 튕겨지는 마음이 아니라,


엉덩이처럼 꾸욱 누르면 쏘옥 들어갔다가 부드럽게 제 모양을 찾아가는


말랑말랑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마치 비에 젖어 말랑말랑해졌을 저 앞 운동장의 흙처럼.



집에서 영화를 보면서 좋은 점은


멈춰 놓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건축학개론을 보는 동안 몇 번을 멈추었던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 속에서부터 치고 올라와 목을 넘어 나오려 할 때,


나는 영화를 멈추어 놓고 담배 한 개피를 빼어든다.


복도를 나와 흰 연기를 뭉게뭉게 내뱉으며 생각에 잠겨 본다.



마침 비가 와서 말랑말랑해진 감수성을 더욱 더 자극한다.


핸드폰을 꺼내 잘 잡히지 않는 비 오는 풍경을 액정 안에 담으려 노력했다.


이렇게 똑딱이로 잘 담을 수 없는 사진을 찍을 때 커다란 카메라를 쓰는거란다.



사진을 몇 장 찍어보다가 문득 비소리가 듣기 좋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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