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이 풀어진 뒤 걷잡을 수 없이 찾아오는 나른함.


저에게 오늘 하루는 딱 그렇습니다.


지난 주말 여행에서 꽤나 긴장을 하고 있었나봅니다.


무엇이 저를 그리 긴장시켰을까요?



충분히 잠을 자고 눈을 떠 보니


신기하게도, 5분 전에 문자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마치 문자가 날 깨운 것처럼.


기지개를 켜며 문자에 답을 하고


아침 공기를 마시러 복도로 나섭니다.


아직은 잠이 덜 깼는지 눈이 잘 안 떠지지만


쉼호흡을 하며 정신을 차려봅니다.



시계를 바라보니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회사원들은 업무를 시작할 시간이고


투명인간은 활동을 개시할 시간입니다.


인턴을 하며 경험 해 본 바에 의하면 오전에 일에 집중이 잘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핸드폰을 들여다 보면 눈치가 더 보입니다.


난 예의가 바른 사람이니까(미안...) 그래서 메시지를 보낼 때도 조심스럽습니다.


착하기도 하여라(이놈이?)



귀찮은 마음도 들지만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해 요가를 가기로 합니다.


몇일 쉬어서인지 가뜩이나 뻗뻗한 몸이 더 굳은 것 같고


스트레칭 동작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요가선생님이 끝나고선 저에게 이런 말을 던집니다.


"인호씨 혹시 기계체조 같은거 했었어요?"


그럴리가.


"태어나서 운동이란걸 해본적이 없는데요?"


라고 답을 했습니다.


요가 한지 얼마 안됐는데 굉장히 유연하다며 립서비스를 해주십니다.


뻗뻗하니까 분발하라고 놀리는걸까요.


어쨌든 요가를 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합니다.


에어콘을 켜지 않고 창문을 내려 바깥바람을 쐬며 집으로 돌아 옵니다.



밥 생각은 별로 없었지만 아버지가 밥을 먹자고 재촉을 하십니다.


아빠 나 카톡해야된다고!


하지만 난 착한 아들이니까 이 더운 여름에 주방에서 가스렌지 불과 대면하기로 합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혹시 모를 마찰을 없애기 위해 끓여드린 고등어조림.


(고등어조림인데 무가 더 맛있는 건 영원히 풀리지 않을 미스테리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데워놓으셔야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더니


거의 다 먹은 조림이 전혀 상하지 않고 그대로 잘 있습니다.


버리기도 애매하고 같이 먹기엔 너무 적고.


물을 조금 더 붓고 김치를 잘라넣어


김치가 많지만 고등어조림 맛이 나는 김치찌개로 변신을 시킵니다.



그렇게 입에 풀칠을 하고 잠시 누워 음악을 들으니


나른함이 배가 됩니다.


스르륵 잠이 오기 시작하고, 저는 저항하지 않습니다.


숙면에 방해가 될지 모를 이어폰을 빼버립니다.


그대로 꿈나라로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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