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생각만 하고 있던 요리 레시피 올리기.
요리라는 것 저도 처음에는 엄두도 못냈었는데,
생존을 위해 한두번씩 하다보니 요령도 생기고
생각보다 재미도 있고 어렵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리, 설거지 같은 가사를 분담하면 부모님한테도 효자되고
나중에 결혼해서도 사랑받는 남편이 되겠지요. 훗.
아버지가 지난주 만들어드린 고등어조림에 감동하셨는지
이번엔 생고등어로 끓여달라고 주문을 하셨습니다.
요가 시간의 압박과 귀차니즘이 있었지만
난 착한 아들이니까.(ㅠㅠ)
이번 요리의 재료.
고등어 2마리
무 먹고싶은만큼(Too Much는 하지맙시다)
파 먹고싶은만큼(마찬가지)
고추 감당할 수 있을만큼
양념장:
고춧가루 5
고추장 5
간장 5
설탕 3
다진마늘 2
일. 장보기!
귀차니즘을 뚫고 파와 고등어, 그리고 떨어진 커피를 사서 집으로.
거울에 비친 장보는 남자의 이미지를 담고 싶었으나,
어떤 아저씨가 거울 앞에 서계셔서 실패.
고등어는 두마리에 오천원씩 하더라구요.
이번에 두마리를 쓰고 다음에 또 만들려고 4마리를 샀답니다. 꼭 손질해달라고 하세요.
파는 천원어치. 쓰는건 한두뿌리 뿐이겠지만 많이 팔아드려야죠.
담에 다른 요리에 넣으면 되니까!
이. 야채준비하기!
고등어 두마리 분량을 끓일거라서 재료를 꽤 넉넉히 준비했습니다.
먼저 무 껍질을 벗기고, 큼지막하게 썰어줍니다.
무 자체가 두꺼운 놈이라면 4등분, 많이 두껍지 않다면 저처럼 2등분.
아버지가 매운 걸 잘 못드셔서 고추는 세개.
잘게 썰어서 고추씨를 제거해줍니다. 흐르는 물에 부비면 되요.
파는 어슷썰기로 부드러운 부분은 길게, 딱딱한 부분은 조금 짧게 해서
두뿌리 썰어놓았습니다.
야채는 요걸로 끝.
삼. 고등어 비린내 제거하기!
고등어는 적당한 그릇에 옮겨담아 물에 담궈놓습니다.
보통 소금에 절여져 있기 때문에 물에만 담그면 소금물이 됩니다.
핏물도 알아서 빠지고 비린내도 어느정도 제거가 되요.
제 경우는 이걸로 충분했는데,
비린내에 민감하신 분들은 쌀뜨물에 10분정도 담궈놓으시면 더 좋습니다.
사실 이전에 통조림으로 고등어조림을 만들었던건
생고등어를 만질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이런거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더 겁낸다죠.
근데 막상 닥치게 되면 누구나 하게 됩니다.
특별히 비위가 상하지도 않고, 느낌이 징그럽지도 않아요.
손질은 어떻게 하느냐 걱정하시는 분들은
고등어를 살 때 바로 찌개에 넣을 수 있게 손질해달라고 요구하시면 됩니다.
사진에 보이는 고등어도 제가 자른게 아니라 전부 손질해 주신 것들이에요.
사. 멸치육수 끓여내기!
사실 저도 고등어 두마리를 넣고 조림을 끓여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물 양은 대충 라면 두개정도를 생각하고 넣었습니다.
운좋으면 조림이 되고 아니면 찌개라도 되게끔...(요리는 쀨이니깐요)
그리고 멸치 두 세마리를 넣어 육수를 내줍니다.
물이 보글보글 끓으면 얼마 후 멸치는 건져내주시면 되요.
멸치육수 대신 쌀뜨물로 끓이셔도 됩니다. (저는 이미 밥을 지은 후라서)
오. 양념 만들기!
고등어 조림(혹은 찌개 혹은 그 중간...)의 맛을 좌우 하는 건 역시 양념장!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정말 정통의, 제대로 된 손맛을 내고 싶으시다면 이것 저것 많이 넣어 드시면 되겠지만
우린 그렇게 섬세하지가 못하잖아요. (빠른 포기는 때론 최선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집에나 있는 양념으로만 만들어 줍니다.
티스푼이 없는데 어떡하냐구요? 숟가락 뒀다 뭐하나염.
고춧가루 2X2 (두마리 분량이니까)
고추장 2X2
간장 2X2
설탕 1X2
다진마늘 1X2
사실 저도 정확한 비율을 몰라서...(원래 끓여보면서 감을 잡는거에요)
그럴것 같은 비율로 넣었습니다.
결과는?
아래쪽에서 확인하시지요.
이제 모든 재료 준비가 끝이 났습니다.
육. 무부터 끓이자!
잘 익지 않는 무부터 넣어줍니다. (멸치를 건져낸 후에)
무가 익는 시간이 꽤 걸리므로 무를 익히면서 양념장을 준비하셔도 되고
숙달 정도에 따라서 순서를 조절하시면 됩니다. 정답은 없으니까요.
저는 고추도 첨부터 넣고 끓이는 편입니다. 뒤에 넣으나 첨에 넣으나 맛이 달라지는걸 모르겠더라구요.
칠. 고등어 올리기!
무가 반정도 익었다 싶으면 고등어를 올려줍니다.
우리는 찌개가 될지 조림이 될지 모르는 정체불명의 요리를 만들고 있으므로
일단 고등어를 올려보고 뒤를 생각합니다.
저는 넣어보니 고등어가 물에 꽤 많이 잠기길래
찌개로 전향하기로 했습니다. 찌개보다는 물이 살짝 적긴 한데 조림까지는 아니고. (뭐 다 그런거죠.)
그래서 양념장은 그냥 풍덩.
만약 물이 졸여서 조림을 만드실 분들은 고등어 위에 골고루 양념장을 얹어주시면 되요.
팔. 익을 때까지 끓이자!
이제 고등어가 어느 정도 익을 때까지 끓여줍니다.
양념은 잘 풀어서 국물 색깔이 나도록 만들어주고요.
여기서 남자들이 요리할 때 흔히 생기는 두번째 공포가 다가옵니다.
바로 간보기.
아 닝닝한 맛이면 어떡하나. 짜면 어떡하나.
고민고민하지마. 보이.
응급처치 하면 됩니다.
일단 생고등어를 넣었으니 날 것 그대로 넣고 맛보기는 좀 뭣하잖아요.
어느 정도 지켜보다가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맛을 봅니다.
아... 싱겁습니다. (너무 흔히 겪는 일이라 당황도 안됩니다 이젠.)
맛을 보면서 물맛이 많이 나는 싱거운 맛이면 양념을 더 넣어주면 됩니다.
비율대로. 너무 짜게 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조금씩만 더 넣어줬습니다.
고춧가루 1. 고추장 1. 설탕 1. 간장 1.
그리고 물맛이 나는 경우는 멸치육수가 진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마법의 재료. 다시다 1 !!!!! << 제가 봤을 땐 요게 포인트입니다.
다시 잘 저어주고 맛을 봅니다.
아. 됐어! 이거야!
이제 진짜 고등어조림 맛이 납니다.(이 때 느끼는 희열은 끝판왕 깬 기분입니다.)
간을 보실 때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파를 넣고 나면 조금 더 달달한 맛이 나기 때문에
설탕 양을 파를 넣은 후를 생각해서 조절하시는게 좋습니다.
저는 식탁에 올린 후 먹어보니 괜찮은 것 같은데
아버지는 조금 달다고 하시네요.
마무리. 파 올리기!
맛보기 전에 고등어도 대충 익혔겠다,
간도 맞췄겠다, 파를 올리고 살짝 익혀주면 끝입니다.
양념을 조금 더 넣어줘서 국물 색깔이 조금 더 진해진게 느껴지시나요?
이 더운 여름에 가스렌지 불 앞에서 서있었던 보람이 밀려오는 순간입니다.
식탁에 올려 놓고 찍은 마무리 된 고등어 조림의 모습.
모양이 이쁘지는 않지만 먹음직스럽지 않나요.(나만의 착각인가.)
원래 집에서 만들어먹는 음식이 다 이런거 아니겠나요.
정말로 고등어 조림을 가장한 찌개와 조림의 중간단계가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정말 잘 드시는 모습에 기쁨이 두배.
후기.
무 껍질과 파 뿌리, 그리고 안먹을 부분 손질 등을 할 때
미리 위생봉지 같은 곳에 따로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두시면
후에 따로 정리할 필요가 없어서 편해요.
그리고 요리가 끝난 후 도마 위 모습입니다.
대부분 집에서 해먹는 가정식들은 재료가 거창하지도 않기 때문에
정리할 것이 많지도 않은 깔끔한 모습입니다.
저는 파가 익는 동안에 얼른 설거지를 해서 모두 정리해 놓고 식사를 했습니다.
요리를 하면서 자꾸 사진을 찍으니
아버지가 사진은 왜 자꾸 찍냐고 물어보십니다.
왠지 부끄럽습니다.
인터넷에 올리려구요.
어렵지 않은 요리.
한번씩 만들어보면서 사랑받읍시다.
남자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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