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한켠에 누워 아이패드를 부여잡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아프십니다.


작년 어느날 아버지가 밤을 따러갔다가 밤송이에 눈을 찔렸다며

병원에 들려 약을 받아 오셨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발음이 어눌해진다는 말씀을 하셨었어요.

오른팔을 들기가 힘들어서 티셔츠를 벗을때도 제 도움을 받으셨었습니다.


그래도 좀 배웠고 줏어들은게 있어서

이런 증상은 뇌와 관련이 있다는 걸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도 병원에 가자고 여러번 말씀을 드렸지만

기어코 마다하시더군요.


지난 주말 어느덧 기한이 촉박해진 프로젝트를 마무리짓고자 회사로 향했습니다.

간만에 혼자 있는 회사에 여유롭게 커피를 한잔하며

부지런하게 주말에 회사에 나와 일을 하는 제 자신도 즐기며

기분 좋은 주말을 시작하고 있었지요.


동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아침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셨고,

어머니와 자기가 지키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손이 덜덜덜 떨렸지만 태연한척 통화를 마무리하고

한숨을 쉬며 하던 일을 계속했습니다.

무얼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별 의미없던 작업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었더랍니다.


그러다가 친구 녀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구미 안내려가보냐고.

프로젝트가 코 앞이라 일도 해야되고

오기로 한 동기에게 회사 키도 건내줘야하고

정신없이 횡설수설 전화를 마쳤어요.


혹시나 제가 오랫동안 비우더라도 제가 하던 작업을 동기들이 끝낼 수 있게

하던 작업들을 서버에 올려놓고 서둘러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중환자실은 면회시간이 정해져있는줄은 알았지만

실제로 겪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저녁면회가 끝나는 시간 병원에 도착했고

아버지 얼굴은 볼 수가 없었지요.

걱정되어 달려온 이모부와 이모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8시가 되어서야 아버지 얼굴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오른팔 오른다리를 거의 못쓰셨지만

중환자실 환자들 중에서 가장 건강한 모습이셨습니다.

수술은 하지않아도 되고 약물치료를 통해 회복이 가능하다고 하였고,

행여나 돌아가시면 어쩌나,

너무 초라한 모습이시면 어쩌나 하던 걱정을 한시름 놓게 되었지요.


덕분에 지금은 아버지가 바로 보이는 곳에 이렇게 누워서 글을 쓸수 있습니다.

일주일동안 꽤 많이 회복 되셔서 오른팔 다리도 어느정도 움직이십니다.

다른 합병증에 퇴원은 좀 더 늦어질 것 같지만

머지않아 건강을 되찾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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