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눈물> 아프리카의 비극을 생생히 전달하는 조금은 색다른 전쟁영화

액션 측면에서는 다소 아쉽지만 아프리카의 비극을 생생히 전달하는 조금은 색다른 전쟁영화 '태양의 눈물'입니다. 하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맞물려 개봉되어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희석된 감이 없지 않은데요. 우리가 잘 모르는 아프리카의 이야기, 그중에서도 나이지리아에서 벌어진 인종 학살의 참상에 대해서 다루는 영화이다 보니 이 부분이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영화입니다.

'태양의 눈물' 영화 정보 바로 가기

 

'학살'이란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영화 태양의 눈물(2003)의 한국개봉 포스터. 사진: 다음영화

홀로코스트만 학살이 아닙니다

홀로코스트, 즉 유태인 학살과 같은 역사적 비극은 잊지 말고 기억하면서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홀로코스트 같은 경우는 크게 흥행하는 영화만 해도 매년 몇 편씩 나올만큼 널리 알려진 사건이죠. '쉰들러 리스트'에서부터 '줄무늬 파마자를 입은 소년', '인생은 아름다워', '피아니스트'와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유명한 영화들이 차고 넘칩니다. 이로운넷이라는 곳의 2019년 기사를 참고하면 이 때까지 홀로코스트 영화는 685편이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위안부 관련 영화는 36편에 그치고요.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는 더 적습니다.

그나저나 쉰들러리스트는 참 명작이죠. 사진: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nakmin32&logNo=220394875375&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이 영화에서 다루는 나이지리아 인종 학살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종교와 민족을 둘러싼 분쟁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신은 아프리카를 버렸다'라고 자조적으로 읊조리는 영화 내 대사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실제로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 인식 중 하나는 지구 상에서 가장 못 사는 대륙이죠. 이들이 이렇게 못 살게 된 배경에는 유럽과 미국의 오랜 수탈과 이어지는 내전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종교와 자원을 둘러싼 분쟁은 아프리카 대륙뿐 아니라 석유가 풍부한 중동 등에서도 끊이지 않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란 문제는 셰일가스를 밀고 있는 미국이 석유 가격 조절을 위해 의도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되고 있기도 하죠.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은 오히려 그 자원 때문에 수난을 겪는 일이 많죠.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입니다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런 소외된 지역에서 벌어지는 참상에도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괴물을 상대하다 보면 괴물이 된다

영화에서 다뤄지는 인종 학살의 참상은 잔혹하기 그지 없습니다. 헬기를 타고 공중에서 바라본 학살의 참상은 정말 보는 이들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죠. 여기저기 널브러진 시체와 피로 물든 강물은 강렬하게 관객에게 이런 참상들을 멈출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듯합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워터스 부대는 다시 돌아가 모든 원주민들을 데리고 국경을 건너고자 모험을 시작합니다.

레나만 구하면 될 줄 알았더니. 사진: YES24 블로그

원주민들과 함께 퇴각하던 워터스 부대가 학살이 진행 중인 마을을 마주하게 되고 그 안으로 뛰어들어 인종 학살에 한걸음 더 들어가 그 참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크게 조명된 사건은 아이의 젖을 물릴 수 없도록 어머니의 양 가슴을 도려낸 일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목격하고 분노한 워터스 부대원 '지'는 가해자를 총으로 쏘는 대신 칼을 꺼내 더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사합니다. '괴물을 상대하다 보면 괴물이 된다'라고 하는데요. 이 말의 실제 예를 보는 듯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탈을 쓰고는 할 수 없는 이 참혹한 짓을 저지른 자에게는 응당 합당한 벌이 내려져야 하겠죠. 하지만 어떠한 벌이 과연 이런 자에게 합당한가에 대해서는 선뜻 결론을 내리기 힘듭니다.

 

미국 영화라서 어색했던 정의의 의미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영화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맞물려 개봉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영화는 본래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많은 평론가들과 진보인사들에게 비판받았습니다. 이 영화가 미국 영화라서 그렇습니다. 미국이 나서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미국 영화의 색깔 때문에 이 영화를 보면서도 결국 '미국이 최고다'라는 의식이 저변에 깔려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무차별적인 학살은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과연 누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제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학살을 멈추려면 결국 또 다른 학살을 자행해야 합니다. 광기 어린 신의 사도들을 얌전히 다스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 결국 죽일 수밖에 없지요. 학살을 막기 위한 학살이라는 역설 가운데서 누가 그것을 막을 자격이 있는지 또한 물음표입니다. 지금은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이 그 역할을 주로 하고 있지요. 세계 경찰인가 세계 마피아인가 하는 냉소적인 농담을 하지만 과연 미국이 아니면 누가 나설 수 있을까요. 중국? 러시아? 이건 더 싫죠. 아무튼 정의라는 것은 참 정의하기 어려운 단어입니다.

 

빛나는 휴머니즘과 화려하지 않지만 잘 찍은 전쟁씬

 

관객의 공감을 얻는 휴머니즘

'워터스' 역의 브루스 윌리스는 '츤데레'입니다. 아닌 척 냉정한 척하면서 다해주는 그런 캐릭터죠. 워터스가 처음에 그러했던 것처럼 '레나 박사'만 구하고 작전을 마쳤다면 모든 것이 심플했을 겁니다. 실제로 거의 그럴 뻔했는데요. 공중에서 참상을 바라본 워터스는 헬기를 돌려 모두를 구하러 갑니다. 이 과정 속에서 영화는 관객들의 공감을 얻으려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외면해도 된다. 그렇지만 당신이 외면하고 돌아서면 어딘가에서는 이런 참상이 벌어질 것이다.'라고요.

이런 장면을 보고 외면할 수 있을까요. 사진: https://www.women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523

이들의 여정에는 희생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는 워터스 부대로부터 우리는 자연스레 휴머니즘을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 마음속 측은지심을 자연스럽게 불러오는 영화의 전개는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훌륭하다 평가하고 싶습니다.

 

'베테랑' 워터스 부대

전투신이 주가 되는 영화는 아니지만 '오' 하는 찬사가 터질만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발각될 위험 속에서 소음을 최소화하며 제압하기 위해 목을 꺾어 적을 제압하는 워터스의 액션이라던가, 주민들을 안전하게 퇴각시키기 위해서 일렬로 늘어서 차례로 움직이는 워터스 대원들의 모습은 '베테랑'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멋있는 장면이었습니다. 부대원 '레드'가 크레모어를 설치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부대원들의 엄호 사격 속에서 날다람쥐처럼 기어가 크레모어를 설치하고 돌아오는 날쌘돌이의 모습에 많은 분들이 감탄하셨을 것 같습니다.

감탄을 자아냈던 필링(Peeling) 전술. 사진: https://namu.wiki/w/%ED%83%9C%EC%96%91%EC%9D%98%20%EB%88%88%EB%AC%BC

곡사포가 사정없이 떨어지는데도 꽤 많은 이들이 살아남는다거나 심지어 파편을 맞은 레나가 멀쩡한 것은 조금 개연성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적과 매우 근접한 거리인데도 폭격기가 폭격을 퍼붓는 장면도 사실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장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워터스 부대의 전술적 움직임과 성한 사람 없이 만신창이가 되어 겨우 셋만 살아남은 결말은 또 사실적이기도 합니다. 여타 전쟁영화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전투신은 없지만 잘 찍은 전쟁 씬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브루스 윌리스는 멋있다

 

츤데레 '워터스' 역의 브루스 윌리스

언제나처럼 멋있는 브루스 윌리스. 사진: https://dakddaguri.tistory.com/2

브루스 윌리스는 역시나 멋있습니다. 이 형이 등장하면 전부 다이하드 같아 보여서 문제이긴 하지만 카리스마는 어디 안 가죠. 브루스 윌리스 특유의 미소도 이 영화에서 특히 빛이 납니다.

 

발암 유발자 '레나'역의 모니카 벨루치

초췌함도 이 누님의 미모는 가릴 수 없네요. 사진: https://dakddaguri.tistory.com/2

땟국물에 쩔은 가운데서도 빛을 발하는 미모를 뽐내 주시는 모니카 벨루치. 특히 영화 초반에 보여주었던 발암 가득한 모습으로 답답한 분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이런 발암 캐릭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열 받으셨다고...

 

날쌘돌이 '레드'역의 콜 하우저

가장 멋있었던 제임스 레드 앳킨스. 사진: http://www.joysf.com/?document_srl=4213043&mid=club_military&sort_index=regdate&order_type=desc

이 영화에서 가장 멋있는 캐릭터는 레드였던 것 같습니다. 듬직하게 워터스와 레나 곁을 지켜주고 전투씬에서는 또 그렇게 날쌜 수가 없더군요. 마지막까지 이 분이 살아남아 참 기뻤네요. 강인해 보이는 외모 덕분인지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백악관 최후의 날 같은 액션 영화에 주로 등장했네요.

 

제 점수는요

왓챠에서 봤습니당.

4점 주었습니다. '미국 최고'라는 생각만 지우면 휴머니즘을 가득 품고 진행되는 워터스 부대의 여정에 박수를 보낼만합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인종 학살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우리에게 던져 주기도 하고요.

왓챠 추천영화 '태양의 눈물'입니다.

 

다른 글 더 보기

영화 프리퀀시(Frequency) 리뷰(스포일러 주의)
영화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Extremely Wicked, Shockingly Evil and Vile) 리뷰(스포일러 주의)
영화 룸 이스케이프(Escape Room) 리뷰(스포일러 주의)
영화 리트릿(Retreat) 리뷰(스포일러 주의)

 

728x90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