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과 유럽 강대국들의 문화에 익숙합니다. 코카콜라와 맥도널드에는 익숙하지만 아직도 전쟁의 비극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이 못 사는 나라인 것은 알지만 그 실상이 어떠한지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그런 노력조차도 하지 않은 것이 맞습니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습니다. 부자가 있으면 가난한 자도 있고요. 패자와 가난한 자는 잊히기 마련입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다루는 매체도 많고 너무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일제가 조선에 행한 악행들, 위안부 사건이나 마루타 사건 같은 경우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종종 우리는 이런 사실에 분통을 터뜨립니다. 홀로코스트 영화는 줄줄이 개봉하고 좋은 평점을 받는 반면에 우리의 아픈 역사를 드러내고자 하는 시도들은 세계에 잘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패자의 아픔을 겪고 있는 겁니다.

 

 

패자의 아픔을 기록한 영화

 

연을 쫓는 아이의 한국 개봉 포스터

 

 

두 아이의 눈부신 우정과 비극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두 아이 간의 우정을 그 주제로 합니다. 영화는 '아미르'의 회고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아미르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아미르의 집에는 '알리'라고 하는 하인과 그의 아들 '하산'이 있습니다. 아미르는 하산과 친구로 지내며 우정을 쌓습니다.

아미르의 아버지는 아미르에게 남성성이 부족하다고 자주 책망합니다. 아미르는 그런 연유로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연 싸움에서 이기고 싶어 합니다. 이들의 배경이 되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는 연 싸움이 핫합니다. 하산은 작은 몸집에 하인의 아들이지만 당돌하고 영리한 성격을 지녔습니다. 또한 하산은 연 쫓기를 굉장히 잘합니다. 연 싸움에서 지게 되면 줄이 끊긴 연이 떨어지게 되고 이 연은 주은 사람이 임자입니다. 그래서 연을 쫓는데요. 하산은 다른 아이들처럼 무작정 떨어지는 연을 쫓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이 연이 어디로 떨어질지 이미 알고 그곳에서 연을 기다립니다. 하산은 아미르에게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연을 주워주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아미르를 좋아합니다.

 

 

아미르에게 연을 주워다 주는 하산

 

 

생일 선물로 아버지에게 연을 선물 받은 아미르는 연 싸움에 나서게 됩니다. 하산의 도움을 받은 아미르 우승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우승의 기쁨도 잠시,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연을 가져오겠다던 하산이 오랜 시간 보이지 않자 하산을 찾아 나선 아미르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아미르는 곤경에 빠진 하산을 외면합니다. 

강자와 약자, 그 엇갈린 운명

하산은 '약한 자', '패자'의 전형적인 인물입니다. 하인의 아들이고 소수 민족 출신입니다. 덩치도 왜소합니다. 반면 아미르는 '강한 자'입니다. 부잣집 아들에 하인까지 있습니다. 강자들이 의례 그러하듯이 아미르는 결정적인 순간에 하산을 외면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오히려 못살게 굴고 거짓말로 하산을 더욱 곤경에 빠뜨리려 합니다.

전쟁으로 인해 아미르와 그의 아버지는 미국으로 망명을 하게 되지만 가난한 하산과 그의 아버지는 아프가니스탄에 남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의 운명은 양극단으로 갈리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찾은 아미르의 눈으로 보는 처참한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외면하고 있던 제3세계를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연을 쫓는 아이'를 통해 바라보는 아프가니스탄

아프가니스탄이 겪은 전쟁의 역사

 

아프가니스탄의 현대 역사, 전쟁의 연속입니다. 출처: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95%84%ED%94%84%EA%B0%80%EB%8B%88%EC%8A%A4%ED%83%84#s-4

 

영화 '연을 쫓는 아이'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이 소련에 의해 침공받고 이후 탈레반이 집권하는 때까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민주 공화국이었던 아프가니스탄은 1979년 소련으로부터 침략을 받습니다. 그리고 소련의 공산주의로부터 아프가니스탄을 해방(1996년)시킨 탈레반은 오히려 아프가니스탄을 더욱 비극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연을 쫓는 아이'에서는 그런 비극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고통받은 아프가니스탄은 미국과 전쟁 이후 이슬람 공화국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탈레반 이후 이슬람 강경파가 주를 이루는 아프가니스탄은 지금도 고통받고 있습니다.

 

거꾸로 흐른 여성 인권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이었습니다. 아미르와 하산의 어린 시절에는 여성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짧은 치마도 입었고 교육도 받았습니다.

 

70년대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 출처: http://magazine.worldvision.or.kr/666

 

하지만 내전 이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얼굴을 꽁꽁 숨겨야 했습니다. 특히 외모가 뛰어난 여성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욱더 숨겨야 합니다. 그리고 여성은 교육을 받을 수 없습니다. 글을 아는 것조차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인권은 분명히 퇴보했습니다.

 

강간범과 결혼해야 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인권의 현주소. 사진: CNN 웹사이트 캡처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이 원래 그러했던 건 아닙니다. 연 싸움을 하며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뛰어놀던 좋은 시절이 있었지요. 아미르와 하산의 이야기를 보면서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봄날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피살 위기에 처한 아역 배우들

영화에는 세 명의 아역 배우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아역 배우들은 피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성폭행을 다루고 있기 때문인데요.  하산 역을 맡은 아사드는 "영화 내용이 알려지면 수치심을 느낀 하자라족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라며 공포심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제작사 측의 요청으로 CIA가 파견되기도 했다고 하네요.

한편, 아역배우들에게 너무 적은 출연료가 지급되어 노동 착취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 아이들은 한화로 1650만 원 정도의 적은 돈을 받았다고 합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 영화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할레드 호세이니라는 의사 출신의 작가가 쓴 책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작가가 영어로 쓴 소설로는 최초라고 합니다. 

소설 원작 영화의 리뷰에는 '소설보다 못하다'라는 평이 있기 마련입니다. 왓챠피디아에서 본 리뷰도 역시나이네요.

 

왓챠피디아 코멘트, 출처: https://pedia.watcha.com/ko-KR/contents/mAOlV95

 

제 점수는요

왓챠에서 봤습니당

5점 줬습니다. 하산이 보여준 헌신이 너무 따뜻했고, 아프가니스탄을 다룬 영화는 처음이었는데 굉장히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줬거든요.

제가 준 점수: 5/5
왓챠: 3.7/5
로튼토마토: 65%

 

참고 자료

news.joins.com/article/2904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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