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 가득한 방탈출 영화, 룸 이스케이프(Escape Room, 2017)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방탈출에 대한 짤막한 영화 소개 영상을 봤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를 보기 위해서 넷플릭스와 왓챠를 뒤져봤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찾던 영화는 영어로는 동명의 영화 Escape room(2019)였습니다. 그래도 룸 이스케이프만의 매력이 있어서 쭉 보게 되었답니다.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원치 않는 분께서는 영화를 먼저 보고 오시기 바랍니다.

 

룸 이스케이프(2017) 구글 영화 정보 보기

룸 이스케이프(2017)의 한국 개봉 포스터, 한국에는 2018년에 개봉했네요.

 

그들을 흥분시키는 것

생일을 맞은 '타일러'를 축하하기 위해 친구들이 모입니다. 그리고 타일러의 여자 친구 '크리스틴'은 남자 친구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방탈출 게임의 티켓입니다. 크리스틴도 누군가로부터 특이한 초대를 받고 이 티켓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방탈출 게임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부터 모든 것이 석연치 않습니다. 심지어 방탈출 게임이 시작되자 크리스틴은 화면 속에서 감옥에 갇힌 채로 등장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타일러를 매우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이제 겨우 30살이 된 타일러는 성공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뛰어난 두뇌를 가진 사람이죠.  "이 모든 것이 게임의 일부"라는 사실이 타일러를 흥분시킵니다. 자신의 지능을 과시할 수 있는 이 밀폐된 방은 타일러에게 더할 나위 없는 생일 선물이었습니다.

방탈출 게임 티켓을 보며 흥미로워하는 타일러와 선물을 준 크리스틴, 출처: https://kissmovie.tistory.com/159

반면에 다른 이유로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타일러의 친구 '나타샤'입니다. 나타샤는 남편 '앤더슨'과 함께 왔습니다. 크리스틴과 이상한 대립각을 세우던 나타샤는 타일러에게 자꾸 유혹의 눈길을 보냅니다. 남편과 한 공간에 있으면서 대담하게도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자꾸 타일러에게 접근합니다. 방탈출 게임을 매우 즐기고 있는 타일러, 그리고 그런 그를 흐뭇하게 쳐다보면서 자꾸만 다가가려 하는 나타샤. 이 공간에 탈출하는 것만이 게임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런가 하면 다른 모든 것을 떠나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커플도 있습니다. 타일러의 동생 '테비'와 그녀의 남자 친구 '콘래드'입니다. 둘은 밀폐된 공간과 다른 사람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둘만의 로맨스를 즐깁니다.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초대장에서 시작된 이 방탈출 게임은 어떻게 흘러 갈까요?

 

극한의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진심과 이기심

타일러와 나타샤가 저마다의 이유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방탈출 게임 시작부터 많은 징후들이 있었지만 그저 '게임의 일부'로 치부했던 그들은 테비, 콘래드 커플이 수상한 가스에 녹아내리고 나서야 본인들의 처지를 깨닫습니다.

동생의 죽음에 절망하는 타일러, 출처: http://triki.net/life/1986

상황은 점점 극한으로 달려갑니다. 갇혀있는 크리스틴을 비추고 있는 텔레비전은 그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 줍니다. 죽음의 공포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은 이들의 본성을 여지없이 들춰냅니다.

타일러와 나타샤는 불륜 관계였습니다. 나타샤가 그토록 크리스틴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남편인 콘래드와 티격태격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크리스틴과 콘래드는 이들의 불륜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타샤도 이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타일러는 모두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이 아니었죠. 긴박한 상황에서 나타샤는 후회를 합니다. 자신에게 닥친 상황이 모두 자신의 업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타일러는 마지막까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을 대하는 태도와 나타샤를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자기중심적인 인물입니다. 죽음의 공포에 떨면서 본인의 목숨만은 살리기 위해 머리를 씁니다. 나타샤의 입장에서 보면 그는 또 하나의 업보를 쌓은 샘입니다.

타일러 나쁜놈. 출처: 룸이스케이프 메인 예고편

알몸으로 어딘가에 갇힌 크리스틴은 텔레비전을 통해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보도록 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네요. 자신이 선물한 티켓으로 인해 이 모든 것을 겪는 친구들을 지켜보는 마음은 어땠을까요. 자신을 향해 독설을 뱉어내는 타일러에게 크리스틴은 사과합니다. 그리고 자신과 타일러 누구를 구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타일러를 선택합니다. 크리스틴의 선택은 사랑 때문이었을까요, 친구들을 죽게 만든 죄책감 때문이었을까요?

 

누가 진짜 탈출했지?

죽음으로 점철된 밀폐된 방은 마치 지옥과 같습니다.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고 고통만을 주는 이 공간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런데 마침내 크리스틴이 어리둥절 이 공간을 빠져나갔을 때 알 수 없는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을 던집니다.

"누가 진짜 탈출했지?"

남자 친구 타일러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나타샤와 바람을 피웠고 자신은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타샤는 생일 파티에 남편과 함께 나타났고 타일러를 유혹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했던 타일러는 죽었고, 나타샤도 밀폐된 방을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이런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크리스틴에게 던져진 이 물음은 실로 의미심장하면서도 많은 의문을 갖게 합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 현실 또한 크리스틴에게는 지옥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과연 밀폐된 그 공간에서 죽은 이들이 현실로부터 "탈출"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마침내 그곳을 빠져나왔지만 수상한 전화에 더욱 고통받고 있는 크리스틴은 과연 "탈출"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빠져 나왔다고 "탈출"했다 할 수 있는 것인가, 사진: https://movie-worldstory.tistory.com/489

 

좀 더 알려주면 안 되겠니

방탈출 게임이라는 설정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등장인물 각자가 생존을 위해 하는 선택들도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 정보가 적기 때문일 겁니다. 이들이 어떻게 해서 방탈출 게임을 하게 되었는지, 방탈출 게임에서 각자의 죽음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타일러와 크리스틴에게 주어진 선택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대체 크리스틴과 통화한 남자는 누구인지 등등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은 채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누군가는 이런 결말에 대해서 2편을 위한 설정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영화를 끝내버리면 과연 사람들이 2편을 기다려 줄까요.

그래서 나타샤는 어떻게 됐냐고...

 

제 점수는요

왓챠에서 보았습니당.

3.5점입니다. 제가 별점이 후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영화를 본 후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그 영화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 영화 같은 경우엔 "누가 진짜 탈출했지?"라는 질문에 답을 못 찾아서 계속 기억이 날 것 같네요.

왓챠 평균 별점 2.6점
로튼토마토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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