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에세이 / / 2011. 7. 23. 10:29
지난 추석도 서울에서 혼자 지내고
참 오랜만에 찾은 구미이다.
부모님 잔소리에 너무 한적해 느끼는 고요함은 이전과 다를 바가 없지만
뭔가 모르게 평온한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여느때와는 다르게 이상한 꿈을 꾸었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같은 꿈을 꾸었다.
정확히는 조금씩 다른 꿈.

배경은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이고 내 나이도 그쯤인듯 하다.
실제와 다른건 내가 전학생이라는거지만 초등학교때 전학을 많이 다녀본 탓인지 위화감은 없다.
고등학교 선생님이 몇 분 등장하고 친구들은 전부 고등학교 이후 알게 된 사람이거나
모르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다.
군대 있을때 후임이었던 아이도 포함되어 있다.

첫번째 이 꿈을 꿨을때는 언제 꿨는지조차 희미할 정도로 의식도 잘 하지 못했다.
그런데 방금 이 꿈을 꾸고 한숨을 몰아쉬며 깼을 때
그리고 꿈에서조차도 내가 이 꿈을 오늘 처음 꾼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전학을 온 나는 인사를 하고 이 학교의 일원이 되었다.
교실의 위치는 고등학교 3학년때 새건물로 옮긴 이후의 위치쯤 되지만
교실 밖 모든 사물들은 주로 새 건물로 옮기기 전과 비슷하다.
특히 화장실의 위치가 그렇다.

나는 무언가 정신적인 질병을 갖고 있는 아이로 나온다.
이건 심각할만한 수준이 아니었고 다른 아이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데 무대는 화장실이다.
무언가의 존재가 자꾸 오줌이 마렵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화장실을 굉장히 자주 가게 되는데
소변기 앞에 서서 볼일을 볼 때면 누군가 자꾸 위에서 잡아당기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나는 거기에 공포를 느끼지만 무언가가 자꾸 오줌이 마렵게 만들고 화장실을 계속 갈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무서움을 느끼지만 표현을 할 수 없고 꿈 속 다른 등장인물들은 신경도 써주지 않는
기분 나쁜 꿈이었다.

오늘은 두번째 꿈이었다.
시작했을 때 나는 하수구 같은 배경의 던전 안이었다.
갑자기 왠 던전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던전이었다.
나는 힐러였고 네명의 파티와 함께 던전을 헤쳐나가고 있었는데
뭔가 난관에 부딪혔다.
그러고는 다시 화장실로 돌아갔다.
공포감은 점점 더 심해졌다.
점점 더 나를 들어올리는 강도가 세졌고 나는 점점 더 공포에 질려갔다.
한번 화장실을 갈때마다 점점 더 공포는 커져만 갔고 다리도 저렸다.
그런데 그렇게 겁에 빠진 나를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비현실적인 배경인물들.
그러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화장실을 나오던 선생님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셨는데
내 얘기를 농담반 섞어 들으시더니 가셨고 나는 교실로 돌아갔다.
새로운 아이가 전학을 왔는데 어릴 적에 우리반에 있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며
굉장히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 대상은 내가 굉장히 싫어하던 군대 후임이었다.
그상황에 벙쪄있다가 잠에서 깨버렸다.

평소 꿈을 자주 꾸긴하지만 참 특이한 꿈이었다.
하필이면 구미에 내려와서 연달아 악몽을 꾸고
주제는 정신병과 정신병 걸릴 것처럼 싫어했던(하찮게 생각했던 이 정확할지도)
군대 후임의 등장이라니

나에게도 꿈에서처럼 병적이진 않지만 약간의 그런 정신적인 고통이 올때가 있다.
보통 몸이 아플때 많이 그러는데 뭔가 알아챌수는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싫은 소리를 하거나
싫은사람들이 등장하는 그런장면이 엄청나게 빨리 지나가면서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그럴 때면 괜히 식은땀이 나고 뭔가에 집중할수 없고 속이 메쓰꺼워진다.
마침 낮에 잠깐동안 그런적이 있었는데 그러고 나서 꾼 꿈이라 그런지 뭔가 찜찜하다.

군대 후임녀석은 굉장히 남자답지 못한 짓을 많이해서 내 기억에 굉장히 안좋게 남아있다.
오랜 내무반장 기간동안 젤 골치아픈 녀석중 한명이었고
누구나 살면서 병신같은 행동을 하게 마련이지만 누구 앞에서이냐가 중요한 것 같다.
친한 친구 앞이어서 그냥 해프닝으로 넘어가던가 용서를 받던가
용서도 받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가던가 그녀석이 내눈앞에서 그랬던것처럼 낙인이 찍히던가

참 간만에 희안한 꿈을 꾸고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왠지 기록해놓고 싶어서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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