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에세이
일요일 정오. (부제: 말랑말랑)
건축학개론을 보았다. 멜로 스타일인건지 이런 작품을 보고 나면 감수성이 예민해져서 몸에 힘이 스르륵 풀린다. 마치 마음이 '말랑말랑'해 진 것처럼. 말랑말랑한 마음을 품고 살았으면 좋겠다. 단련하고 또 단련해 딱딱해진 근육같이 손으로 꾹 누르면 오히려 튕겨지는 마음이 아니라, 엉덩이처럼 꾸욱 누르면 쏘옥 들어갔다가 부드럽게 제 모양을 찾아가는 말랑말랑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마치 비에 젖어 말랑말랑해졌을 저 앞 운동장의 흙처럼. 집에서 영화를 보면서 좋은 점은 멈춰 놓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건축학개론을 보는 동안 몇 번을 멈추었던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 속에서부터 치고 올라와 목을 넘어 나오려 할 때, 나는 영화를 멈추어 놓고 담배 한 개피를 빼어든다. 복도를 나와 흰 연기를 뭉게..
2012. 8. 12.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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