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아동 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실화 바탕 영화

오늘 리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입니다. 아내가 그냥 플레이해서 제목도 모르고 이 영화를 시작했습니다. 아동 방치라는 폐륜적 사건을 너무도 담담한 시선으로 풀어낸 영화라서 슬프긴 한데 많이 슬프진 않은 영화입니다. 그런데 또 이해하고 나면 무지 슬픈 영화이기도 합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94%라는 엄청난 평가를 받은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더 유명한 영화입니다. 

이 리뷰는 영화 '아무도 모른다'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영화를 먼저 보고 오시기 바랍니다.

 

'아무도 모른다' 영화 정보 바로가기

 

충격적인 사건을 너무도 담담히 풀어가는 영화

 

영화 아무도 모른다(2004)의 한국 개봉 포스터. 2017년에 재개봉 되었네요. 사진: 다음영화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아이들

실화 기반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을 꼭 찾아보곤 합니다. 그래서 찾아본 실제 사건은 영화보다 훨씬 더 잔혹했습니다. 이 영화는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1988)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 아이들의 어머니는 모두 다섯 명의 아이를 낳았습니다. 첫째, 둘째는 영화에 등장하는 '아키라', '쿄코'처럼 각각 남자아이, 여자아이였습니다. 셋째는 영화에서는 '시게루'로 등장하는데요. 실제로는 태어난 직후 사망했습니다. 영화는 사건을 모티브로 했을 뿐 심리묘사 등은 모두 허구라고 했고 그것이 사실인 것이죠. 넷째와 다섯째는 여자아이였습니다. 영화에서의 막내 '유키'는 이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을 보면 아키라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인물인 듯합니다.

첫째 아이가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을 어머니조차도 몰랐다고 합니다. 아이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는데 입학통지서가 오지 않아 알게 됐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때부터 아이 엄마의 비행이 시작된 것처럼 보입니다. 첫째와 둘째는 나이 차이가(추정이지만) 9살 정도 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출산은 집에서 이뤄졌고 첫째뿐 아니라 나머지 아이들도 모두 출생신고가 안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어머니의 수첩을 통해서 각각 아이들의 나이를 추정할 뿐입니다. 만약 이 아이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면 기록조차 없는 이 아이들은 세상에 없는 존재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참혹했던 실제 사건의 참상

영화에서 집주인이 방문하는 씬이 등장하는데 실제로는 집주인이 신고를 했고, 신고를 받은 사회복지사들이 방문하여 아이들이 구조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간간히 2~3만 엔 정도를 송금하면서 아이들을 방치했기 때문에 발견 당시 아이들의 영양 상태는 심각했다고 합니다. 집의 상태 또한 상한 음식물의 악취 등 말도 못 할 상황이었고요.

태어난 직후 사망했던 셋째 아이의 사체는 벽장 속에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어딘가에 묻거나 유기하지 않고 벽장 속에 탈취제와 함께 보관하여 발견 당시는 백골 상태였다고 합니다. 다만,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명복을 빌어 주었던 것인지 그냥 방치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벽장 안이 불단으로 꾸며 제를 올리기도 했다고 하네요.

아이들이 발견되기 3개월 전 당시 두 살이었던 막내는 집에 놀러온 맏이의 친구들이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옷장 위에서 몇 번이나 떨어뜨렸고 이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맏이는 사망한 막내를 시내 어딘가에 묻었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이렇게 담담히 풀어낼 수 있다고?

실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이들을 버리고 간 어머니가 과연 사람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아이들에게 다가올 저런 비극을 정녕 몰랐다고 할 수 있을까요? 말도 못 하는 막내가 옷장에서 떨어지면서 겪었을 고통은 상상조차 안될 정도로 저를 괴롭혔는데요. 과연 아이들의 어머니는 어떤 감정을 가졌을까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이것이 아이들의 어머니가 받은 형벌입니다. 즉 감방조차도 가지 않았습니다. 솜방망이 같은 처벌을 보면서 저는 또 한 번 분노하게 되었는데요. 어떻게 이런 사건을 이렇게 담담한 시선으로 풀어낼 수 있었는지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역시 일본 영화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제가 일본 영화를 잘 이해를 못해서요.)

 

'방치'의 의미를 잘 전달하는 영화

'아이들'에 초점을 맞춘 영화

별 다른 정보가 없이 영화를 본 저는 왜 이 아이들을 가방에 숨기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까지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서 숨기려 하는지 알 길이 없었는데요. 실제 사건을 모른다면 한참 나중에야 학교를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로부터 출생신고가 안되어 있음을 유추할 수 있게 됩니다. 아이들은 어머니로부터 '밖으로 나가지 말 것'을 교육받습니다.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집 안에서만 자란 아이들은 바깥세상을 궁금해하고 학교에 가고 싶어 합니다.

 

바깥 세상이 그저 좋은 아이들. 사진: 다음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고 명랑하게 지내는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았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키라와 피아노를 치고 싶어 하는 쿄코, 개구쟁이 시게루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유키까지 네 명의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노는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의 지원을 받고 자랐다면 각자 자신들의 꿈을 이루었을 거라는 생각에 평화로운 아이들의 모습을 마냥 즐길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는 첫째 아키라가 어머니의 부재 속에서 동생들을 돌보고 나름 사회와 부딪혀 가며 성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없는 가운데 돈이 떨어지면 동생들의 친부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서 돈을 얻으러 다니고, 알뜰살뜰 가계부를 쓰며 생계를 이어가는 아키라의 모습을 보면 참 대견하면서도 안쓰럽기 그지 없습니다. 한 푼 두 푼 생활비는 나가고, 돈이 떨어져 가면서 느끼는 압박감은 성인들도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인데 이제 고작 14살 15살 정도 되는 아키라가 어떻게 그런 것들을 다 감당할 수 있었을지 안타까움이 앞섭니다.

이 영화의 좋은 점은 악을 행한 범인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인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관객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어떻게 빛을 잃어 가는지 지켜보면서 사건을 돌이켜 보고 반성하게 됩니다.

 

'악인'이 없지만 거대한 악을 마주치는 영화

아이를 버리고 간 엄마 '후쿠시마'는 귀여운 어머니로 묘사됩니다. 아이들은 어머니를 좋아하고 따랐습니다. 어쩌면 세상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어머니 한 명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영화에서 묘사되는 친구 같은 어머니의 모습을 악인으로 보기엔 어렵습니다. 물론 크리스마스에 돌아온다는 약속을 하고 끝내 돌아오지 않는 그 행위는 거대한 악입니다.

아키라가 마주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아키라에게 따뜻했습니다. 편의점 누나는 아키라를 보호해주고 부탁을 들어주었으며 편의점 형은 폐기될 도시락을 몰래 아키라에게 주어 아이들을 굶주림을 어느 정도 덜어주었습니다. 왕따 '사키'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동생들과 어울리며 이들을 평가하지 않고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야구 선생님은 심지어 처음 본 아키라에게 야구시합까지 하게 해 주었지요. 아키라에게 이것저것 얻어먹으며 아키라의 돈을 축 낸 철없는 아키라의 친구들을 제외하면 이 영화에는 악인이 없습니다.

 

이 형이 없었다면 아이들은 더 힘들었겠죠. 실제로도 맏이는 편의점에서 유통기한 다 된 도시락 같은걸로 연명했다고 하네요. 사진: 다음영화

 

하지만 방치라는 행위에 의해 결국 유키는 세상을 떠납니다. 유키가 보고 싶어 하던 비행기가 잘 보이는 곳에 유키를 묻을 때 떨리는 아키라의 손은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슬픔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조차 아키라는 울지 않습니다. 강인함일지 초연함일지 모를 아키라의 감정은 헤아리기가 참 힘듭니다. 역설적으로 관객들은 울지 않는 아키라를 보면서 방치가 얼마나 나쁜 행위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방치'를 그리는 방식

결국 이 영화 전체에서 그려지는 적당한 발랄함과 어떻게든 살아가는 아이들, 주변의 적당한 도움과 적당한 무관심들, 그리고 조금씩 빛을 잃어가는 아이들과 감정에 무감각해지는 아키라까지 이 모든 것들은 '방치'의 속성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은 밝고 어머니를 잘 따릅니다. 한두 달씩 집을 비워도 아키라는 아이들을 잘 보호해왔고요. 돈이 떨어질 위기에서도 아키라는 도움을 손길을 뻗칠만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굶는 아이들을 외면할 만큼 차갑지 않지요. 이런 것들이 모여서 어머니의 '방치 행위'를 정당화해 준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 합니다.

 

저렇게 엄마를 좋아하고 잘 따르는 아이들을 어떻게 방치할 수 있을까요. 사진: 다음영화

 

방치라는 행위는 그 즉시 엄청난 해를 가하지 않습니다. 밝고 씩씩한 아이들은 어머니가 없는 데도 몇 달 동안 그럭저럭 생활하면서 여전히 밝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커지는 생활고와 굶주림으로 인해 아이들은 점점 지쳐갑니다. 이 어린 아이들은 몹시도 외로워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알게 된 쿄코는 그 즉시 체념하고 자신만의 세상에 갇히기 시작합니다. 아키라는 비행에 빠지고 얼마 되지 않는 생계비마저도 탕진하고 말죠. 아직은 미숙하고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을 방치하는 행위 자체에서 아무도 큰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게서 꿈을 빼앗아 버리고 빛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끝내는 유키의 목숨까지 빼앗았고요.

그럼에도 너무도 발랄한 아이들의 뒷모습으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래서 일본 영화는 저랑 안 맞나 봐요.

 

제 점수는요

 

넷플릭스에서 봤습니당. 사진: 넷플릭스

 

4점 주었습니다. 저는 일본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본 사람들 특유의 과장과 예의바름 같은 것들이 문화적으로 잘 안 맞기도 하고요. 일본 영화를 보고 나면 그 포인트를 잘 이해를 못하겠어요. 하지만 이 영화는 리뷰를 쓰면서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리뷰를 다 쓰고 나니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슬픔이 더 잔잔하게 제 마음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너무도 귀여운 시게루와 유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가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을 잘 지켜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넷플릭스 추천 영화 '아무도 모른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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