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커뮤터(The Commuter) 리뷰(스포일러 주의)
<커뮤터> 킬링 타임으로 제격인 액션 영화
영화 '커뮤터'는 나이 들었어도 여전히 액션 대장인 리암 니슨의 비교적 최근작입니다. 리암 니슨이 나오는 작품들은 대부분 중간 이상은 가는 것 같습니다. 일단 외모가 워낙에 포스가 있다 보니 몰입이 잘 됩니다. 그리고 흥미진진한 작품들을 잘 고르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커뮤터'도 중간 이상은 하는 킬링 타임 액션 영화입니다.
이 리뷰는 영화 '커뮤터'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영화를 먼저 보고 와주시기 바랍니다.
일상적인 것을 소재로 한 일상적이지 않은 이야기
일상을 깨는 낯선 여인
영화는 리암 니슨이 연기하는 주인공 '마이클'의 일상을 보여주며 시작됩니다. 경찰을 그만두고 보험 판매원으로 일하는 마이클은 매일 통근열차를 타고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커뮤터'입니다. 오랜 시간 익숙한 사람들이 매일 같이 이용하는 통근 열차는 일상의 상징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단조로움과 익숙함은 낯선 여인의 등장으로 깨어지게 됩니다.
영화의 초반부는 베라 파미가의 영향력으로 시작됩니다. 베라 파미가가 연기한 조안나는 마이클이 해고된 날 통근열차에 나타나 거액을 제시하며 사람을 찾으라고 합니다. 이미 마이클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이 여인은 신비롭게 나타나서 알 수 없는 말을 던지고 홀연히 사라져 버립니다. 베라 파미가의 모습은 영화 '소스 코드'(2011)에 등장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소스 코드'의 영향인지 베라 파미가가 가진 오묘한 외모의 영향인지 모르겠으나 최근 이런 신비로운 분위기의 역할로 자주 등장하는 것 같네요.
해고와 거액의 돈, 의문의 인물
마이클은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 정년은 되지 않았습니다. 가족을 위해 위험한 경찰직을 내려놓고 보험사에 입사해 오랜 시간 헌신적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게 됩니다. 마이클의 해고 통보를 보면서 미국의 근로 환경에 대한 상념으로 잠시 생각이 뻗쳐나갔습니다. 우리나라는 정규직을 저렇게 갑자기 해고해버릴 순 없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죠.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이지만 근로자의 권리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조금 더 나은 것 같네요.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하필 해고된 날 조안나가 나타났습니다. 전직 경찰이라는 것을 알고 접근해 온 조안나는 '프린'이라는 사람을 찾아 달라며 10만 달러라는 거액의 돈을 제시합니다. 그러면서 착수금 조로 2만 5천 달러를 열차 내 숨겨놓았습니다. 마이클은 이 돈에 욕심이 생깁니다. 앞으로 아이의 등록금을 해결하려면 돈이 꼭 필요하지만 해고를 당해 버렸으니까요.
모든 정황이 이상합니다. 도대체 프린이 누구길래 찾아주는 것만으로 10만 달러를 주겠다는 건지. 조안나는 누구인지. 마이클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까지요. 그리고 예측할 수 있죠. 이 열차에서 리암 니슨이 고통을 당하게 될 거라는 걸요.
권선징악은 언제나 옳다
돈보다 중요한 것
프린을 찾는 것만으로 10만 달러라는 거액을 줄 리가 만무하겠죠. 마이클은 돈을 받기 위해서는 프린을 죽여야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마이클의 가족까지 위협받습니다. 매일 통근열차에서 만나 몇 마디씩 주고받던 친구를 마이클의 눈앞에서 죽여버리는 조안나이기 때문에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는 일단 조안나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위기에 봉면하게 됩니다.
프린을 찾아서 죽여 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보입니다. 가족이 위험한 상황에서 왜 프린을 살리려 노력하는지 궁금해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기억해야 할 것은 범죄자와는 협상 같은걸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사람 목숨을 우습게 아는 이들의 요구를 들어준다고 해서 마이클과 가족이 무사할 거라곤 생각하기 힘듭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무고한 생명을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서 희생시켜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마이클은 생계가 위협받는 지경에서 돈의 유혹을 물리치고, 가족이 위험한 가운데서도 정의롭게 상황을 헤쳐 나갑니다. 참으로 교훈적인 스토리입니다.
영웅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마이클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조안나와 그 세력은 열차 채로 모두를 죽이려고 합니다. 여느 날처럼 통근열차를 탄 사람들은 이 날 참으로 다사다난한 퇴근길을 맞게 되었습니다. 조안나와 마이클 간의 은밀한 통신으로 시작한 사건은 이제 열차 내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 날의 영웅은 마이클뿐 아니라 같이 퇴근하던 모든 사람들이었습니다. 열차에 남아 있던 모두가 죽을 뻔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처음 만난 프린을 살리기 위해 의기투합했죠. 그리고 졸지에 인질범으로 몰린 마이클을 위해 모두가 나서서 증언해 주었습니다. 지극히 일반적인 사람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필요한 상황에서 정의로운 행동을 하면 영웅이 되는 것입니다.
제 점수는요
4점 주었습니다. 리암 니슨도 이제 나이를 먹어서 일방적으로 패는 역할이 아니라 엄청 맞는 맷집 캐릭터로 변했네요. 그러든 말든 열차 액션도 훌륭하고요. 리암 니슨은 여전히 멋있습니다. 조안나와 그 세력의 정체를 찾는 과정과 프린을 찾는 과정 모두 흥미롭고요. 킬링 타임용으로는 정말 제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왓챠 추천 영화 '커뮤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