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취미

영화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Extremely Wicked, Shockingly Evil and Vile) 리뷰(스포일러 주의)

비빔뉴스 2021. 3. 4. 07:00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인간의 본질을 묻는 영화

인간이 얼마나 악할 수 있는지 궁금하신가요? 인간이 얼마나 잘 속는지 궁금하신가요? 이 영화를 보시면 감탄을 금치 못하실 겁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추악한 인간의 면을 비추는 영화,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입니다.

이 리뷰는 영화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영화를 먼저 보고 오시기 바랍니다.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 영화 정보 바로 가기

 

인간의 선함은 때론 이용당한다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 포스터. 사진: 다음영화

 

리즈도 속았고 우리도 속았다

이 영화의 대단한 점은 여주인공 '리즈'가 속았듯 관객을 끝까지 속인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리고 리즈가 그런 것처럼 마침내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리즈와 마찬가지로 관객들을 경악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테드'가 보여주는 인간상은 과연 인간이 얼마나 악할 수 있는지 그 끝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영어 제목(Extremely Wicked, Shockingly Evil and Vile) 그대로 극도로 사악하고, 충격적으로 악하면서 비도덕적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제가 그랬듯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미 영화 제목으로부터 테드가 악인임을 알고서 영화를 본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테드는 유죄가 아닐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테드의 재판이 중계되고 많은 미국인들이 그렇게 믿었던 것처럼(혹은 바랬던 것처럼) 영화를 보는 우리도 그가 무죄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테드가 유죄판결을 받을 때마다 탄식을 하게 됩니다. 저렇게 당당한 사람이 어떻게 유죄일 수가 있냐면서 말이죠.

당당하게 무죄를 주장하는 테드 번디. 사진: IMDb

인간의 선함은 때론 이용당합니다. 사기꾼들은 선함을 바라고 믿는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이용하지요.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는 우리 마음속 '선함'을 가지고 사기를 칩니다. 영화의 극 후반까지 테드를 믿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중간중간 테드는 유죄일 수 있다는 암시를 던지면서 우리를 기만하기까지 하니 영화 후반부에서 우리는 마치 사기당한 사람처럼 놀랄 수밖에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속을 수 있죠. 사진: IMDb

실제로 테드 번디가 그렇게 감쪽같았을까

만약 그 당시 모든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우리처럼 테드에게 농락당했다면 30명을 넘게 죽인 희대의 살인마를 그냥 놓아주게 되는 우를 범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훈련받은 법조인들은 그들의 통찰력으로 테드를 꿰뚫어 봤습니다. 그가 살인범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경찰들, 검사들, 판사들. 그리고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한 배심원들까지 모두가 올바른 판단을 했음에 너무도 감사합니다.

훈련받은 법조인들은 전문가들이니 알아볼 수 있다 치고, 배심원들도 한결같이 유죄를 선고하는 것을 보면 실제로 테드 번디의 주장이 겉은 번지르르 하지만 알맹이 없는 웅변에 가까운 주장이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존인물 테드 번디는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고 했지만 어설퍼서 실패했고, 이 영화 속의 테드 번디를 만든 감독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숨겼던 테드 번디. 사진: https://www.thetimes.co.uk/article/elizabeth-kendall-interview-how-i-fell-in-love-with-serial-killer-ted-bundy-b8nzmc5g9

실제로 테드 번디는 자신에게 다른 사람들이 갖는 양심이나 연민과 같은 감정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가 일찍이 알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잘 관찰해서 그러한 감정들을 어떤 식으로 표출하는지 흉내 내는 법을 익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테드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체포되기 전까지 전혀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법정에서는 영화에서 그려지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고 합니다. 존 말코비치가 연기한 판사가 "손가락질하지 말라"라고 하는 것도 같잖은 언변으로 허무맹랑한 논리를 펼치며 마치 변호사인 듯 연기하는 테드가 짜증 나서 그랬다고 합니다. 테드가 그럴듯한 변론을 하는 것처럼 영상을 담은 감독에게 우리가 당한 거죠.

 

 

소름 돋는 엔딩 크레디트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엔딩 크레디트였습니다. 크레딧이 올라갈 때 실제 테드 번디 사건의 영상들을 보여주는데요. 실제 있었던 대사들을 그대로 영화에 차용해서 사용했었다는 부분이 너무도 놀라웠습니다.

특히 존 말코비치의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범인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유린당한 인간성에 대한 안타까움이 흠뻑 배어있는 대사였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재판에서 판사가 한 말이었다는 사실이 정말 소름 돋을 정도였습니다. "내가 이 법정에서 본 여러 가지 인간성들이 다 합쳐진 쓰레기를 여기서 보게 된 건 비극입니다. 당신은 현명한 젊은이예요. 훌륭한 변호사가 될 수 있었죠. 제 앞에서 연습을 시켜보고 싶어요. 하지만 다른 길로 가버렸군요."

마치 테드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듯 했던 판사. 사진: https://m.blog.naver.com/8rlim/221532930206

이 외에도 실제로 미국의 일반인들이(특히 젊은 여성들이) 테드를 지지했었다는 것도 충격적입니다. 어쩌면 그 당시 미국 언론이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않고 테드 번디가 가진 화제성에만 집중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테드 번디와 관련된 이야기

보면 볼수록 소름돋는 테드 번디. 사진: https://www.denverpost.com/2019/02/09/ted-bundys-murderous-charm-40-years-later/

저는 영화를 보면서 접했지만, 테드 번디 사건은 미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도 나왔듯 최초로 재판이 중계되기도 했고요. 연쇄살인범의 범죄유형을 조사하는 데에 도움을 줘서 이는 훗날 소설과 영화로 출시된  '양들의 침묵'에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당시까지 살인범들에게서 가졌던 이미지가 테드 번디로 인해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살인범은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다고 말이죠. 이런 점은 멀쩡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을 살아가면서 살인을 일삼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캐릭터들의 모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화려한 캐스팅과 훌륭한 연기

주연 '리즈'역의 릴리 콜린스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릴리 콜린스. 사진: 다음영화

백설공주였던 그녀가 요즘은 사뭇 진지한 연기에 도전하고 있고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주연 '테드'역의 잭 애프론

매력적인 외모와 연기. 테드역의 잭 애프론. 사진: 다음영화

이렇게 매력적인 미소를 지닌 사람이 살인자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선한 외모를 지녔네요. 하이틴 스타에서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잭 애프론의 테드 번디는 마지막까지 관객으로 하여금 무죄라 믿게 할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판사 '에드워드'역의 존 말코비치

설명이 필요없는 존 말코비치. 사진: 다음영화

말해 뭐할까 싶을 정도로 유명한 존 말코비치입니다. 마치 원래 판사였던 양 위엄 있는 판사 연기를 너무 잘하더군요.

 

검사 '래리 심슨'역의 짐 파슨스

깜짝 놀라게 한 진지한 쉘던. 짐 파슨스. 사진: 다음영화

드라마 '빅뱅이론'의 쉘던! 짐 파슨스가 출연했습니다. 검사라는 사뭇 진지한 역을 하는 짐 파슨스가 새롭기도 하고 언뜻언뜻 보이는 그만의 바디 랭귀지가 쉘던을 떠올리게 해서 웃음을 짓게 하네요.

 

리즈의 옆을 지키는 '제리'역의 할리 조엘 오스먼트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사진: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326848

제 아내가 이 분의 눈을 보고 알아보더니 너무 놀라더군요. 무려 영화 '식스센스'와 'A.I.'의 그분인데요. 그분이 왜 이렇게 육중해졌냐며 안타까워하더라고요.

 

제 점수는요

넷플릭스에서 봤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니까요.

5점 주겠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평이 많이 갈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스토리 전개 방식이나 주연에 실리는 무게가 리즈에서 테드로 갑자기 훅 넘어가는 등으로 좋은 평을 줄 수 없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가 관객들의 마음을 가지고 논 그 방식 자체에 만점을 주고 싶습니다. 감독이 의도한 바대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테드가 범인이 아니길 바라면서도 그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또한 한편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리즈가 그러했듯이요. 그리고 이런 심리를 영화 끝까지 유지하게 했다는 점을 매우 크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넷플릭스 추천 영화,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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