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허무한 사랑의 끝에서 힘들어할 무렵 
은호형을 통해서 짝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고
4기정도까지 열심히 보았었다

2기였던가 3기였던가 서울대 출신 자전거 여행가를 보며 감탄을 했음에도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라는 인식을 더욱 고취시키는 못된 자막과 나레이션때문에
나쁜 프로그램이다라고 못박고 더는 보지 않게 된 프로그램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구글링을 하다가 짝의 피디가 인터뷰를 한 기사를 보게되었다
(http://lady.khan.co.kr/khlady.html?mode=view&code=5&artid=201107291638551 링크따라가기) 


인터뷰 내용중 8기에 대한 부분이 궁금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찾아서 보게 되었다
8기의 출연분은 짝 12회부터 14회까지 총 3회 편성이다


짝이라는 프로그램의 구성은 참 흥미롭다
이것은 애초에 다큐멘터리를 표방하고 나온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10년전 예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해묵은 소재들을 활용하는
다큐도 아니고 예능도 아닌 애매한 입장을 띄는 프로그램이라 하겠다

어쨌든 제작진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6박 7일동안 한 공간에서 오로지 서로만을 바라보며
호감이 생기고 상처받고 고민하는 모습은 흥미롭다


프로그램은 이들이 본격적으로 남자 1호 여자 1호와 같이 이름을 떼기 전
등장하는 각 남녀에서부터 시작한다
아직 애정촌 유니폼을 입기 전 멋을 부리기도 하고 패션감각을 살짝 엿보기도 할수 있으며
각 출연자들의 차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마 의도적이기겠지만 제작진은 남자의 매력요소 중 차가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리고 아직 내 차를 소유하지 못한 열등감에 나는 이런 부분이
이 프로그램이 나쁘다라고 규정짓는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출연자들은 첫날 서로의 나이와 직업 등을 숨기고 그저 남자 몇호 여자 몇호로서 서로를 알아보게 된다
정말 순수한 직감들이 오가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언변술과 외모 그리고 처음 등장할때 보았던 차 등등이 어드밴티지가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시청자인 나의 입장에서도 일단은 먼저 들어오는 것이 외모이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나는 체념하였다
8기에서 한 남자 출연자가 인터뷰 한 내용이 기억난다
외모가 가장 중요한건 아니지만 가장 처음 보게 되는 건 사실이니만큼 중요하다고
굉장히 솔직하면서 또한 맞는 말인것 같다

제일 먼저 등장한 여자 1호와 가장 나중에 입소한 여자 8호
그리고 의자왕이라는 칭호까지 얻은 남자 1호의 외모가 일단 관심의 대상이 된다
특히 남자 1호의 외모를 보고 분명히 인물값을 할것 같다라고 생각한다던가
방송계통에 종사할 것이다라고 추측하는 여자들의 생각이 흥미로웠다

둘째날은 드디어 자신의 뒷 배경에 대해서 소개하는 자리이다
나이부터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스펙들을 스스로 얘기하는 자리이다
8기 여자출연자들 중에 간호사가 둘이었고 항공사에 취업이 확정된 명문대 출신의 출연자가 있었으며 프리랜서성우도 있었다
이전처럼 모델이라던가 이런 경력을 가진 출연자가 없었다는 것이 조금 특이하다면 특이했다
8기 남자출연자의 직업은 특히 인상적이다
연예인쪽의 일을 할 것 같던 남자1호는 의외로 명문대출신에 S전자를 다니는 회사원이었다
가장 특이했던건 이런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고졸출신의 자동차정비사이다

이후의 진행은 여지껏 짝의 진행과 특히 다를바는 없다
다만 편집상 좀 더 프로그램이 깔끔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전에는 한정된 시간에 출연자 모두를 비춰주려는 편집으로 박진감이 없었다라고 한다면
가장 중심이 되는 남자 1호와 그를 선택한 여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여자 2호와 그를 선택한 남자들의 이야기가
주가 되어서 3주 동안의 프로그램을 이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눈뜨고 앉아서 사랑밖에 할 것없는 남녀들의 짝을 찾기 위한 사투는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가 연애를 하면서 겪은 오류들과 시행착오들
심하게 요동치는 감정들 그것을 시청자로 하여금 잘 보여주는 점은
이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다 


8기에서 두드러지는 요소 중 하나는 여자가 물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그것에 대해서 프로그램 초반에 예고영상을 보았을 땐
별로 크게 생각치 않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상황이 진행될 때에 비로소 무언가 느끼게 되었다

이 여자의 마음을 얻고 싶은 남자는 물에 뛰어들어라 라고 밑도 끝도 없이
남자들 물속으로 집어넣는 게 짝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연출을 굉장히 싫어했었다
반대로 여자를 집어넣는다고 해서 내가 통쾌해하거나 이랬다는건 아니다
또 괜히 멀쩡한 사람을 물에 빠뜨린다고 일단은 반감부터 들었으니까
 
저 남자가 마음에 드는 여자는 물에 뛰어들어라 했을때
여자 2호는 남자 7호를 향해 서슴없이 뛰어들어 자유형을 하며 다가갔다
그리고 남자 7호는 그런 여자 2호를 같이 물에 들어가 맞이하며 같이 물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마지막 남자 1호의 차례가 되기까지 남은 여자 7명 아무도 물에 뛰어들지 않았다
남자 1호의 차례가 되니 여자들이 술렁인다
큰 망설임 없이 여자 4호가 물에 뛰어든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 셋이 물에 뛰어든다
그러면서 얘기한다 창피하다고
여자가 물에 뛰어들어서 남자1호에게 가는동안 남자 1호는 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건져주는 정도의 행동을 했다
한명의 여자에게 선택을 받은 남자 7호를 제외하고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6명의 남자 동료들
그들을 뒤에 두고 4명의 여자에게 추파를 받는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상황이 아니다
남자 1호가 얼마나 당황해하고 있는지를 그의 모습과 이후 인터뷰에서 여실히 보여준다

아주 당연하게 프로그램은 여자들이 물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서 크게 포장한다
'시대가 변했다 여자들도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시대가 온것이다' 라면서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 적절한 나레이션은 여자들이 계곡도 아니고 바다도 아니고 절벽도 아닌
수영장 얕은 물을 앞에 두고 머뭇거리거나 물에 뛰어드는 것이 창피하다고 여기는 건 시대에 뒤떨어졌다 가 아닐까 싶다

항상 물에 뛰어드는 건 남자들의 몫이었다
저 여자를 향해 내 마음을 표현하겠어 라는 생각으로 물에 뛰어든다고 한다
왜 물에 뛰어드는게 마음을 표현하는건지 나는 수십번을 생각해보아도 도저히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니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여자라고 해서 힘들게 무엇인가
여자는 그런 남자의 마음을 받는 존재이지 직접 그런걸 하는건 자존심이 상하는 존귀한 존재인가
남자가 좀 더 여자를 보호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리고 여지껏 그런 논리들이 세상을 지배해왔다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사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런것들 땜에 씁쓸했던 건 사실이다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남자들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입장에 선다
먼저 데이트를 요청하고 대화를 하고 싶어하고 뭔가 선물을 주고 노래를 불러주고
고백은 남자들의 몫이었다
이런건 남자들이 해야하고 그래도 우리는 평등해야한다는
되도않는 페미니스트들의 역설이 마구 떠오르기 시작하고 나는 그냥 고개를 저으며
프로그램에 집중하기로 한다
(그런 여자들은 여자들도 싫어한다는 것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답니다 여성 출연자들도 그런의도로 한 행동들이 아니겠으나
프로그램을 통해 제가 느끼게 된 것들이므로 오해마시길 부탁드립니다)
 

8기에서 다루는 주제 중 중요한 것 하나는 학력이었다
여자 2호와 남자 4호와의 관계
남자 4호가 바로 그 고졸 출신의 자동차정비업을 하는 사람이고
여자 2호가 명문대 출신에 항공사 취업예정자다
실로 여지껏 남자 출연자들의 배경은 대단했다
호화스러운 자동차는 기본이었고 사업가 재벌 2세 등등
돈으로 따지면 별로 부러울 것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자전거여행가처럼 예외가 존재하긴 했지만 그는 좀 특별했다-_-

가장 이런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모습을 보인 이는 남자 4호였다
너도나도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다가가 말한번이라도 더 붙여보고
이벤트를 하고 그러는 순간에도 남자 4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마음이 진심이라는걸 상대방이 느껴주는 것 그것에서 만족하는 그였다

프로그램 후반부 여자 2호는 남자 4호의 이야기만 하면 눈물을 흘린다
너무도 순수하고 착한 사람인데 자신의 배경땜에 주눅들고 학벌땜에 주눅들고
표현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서 번뇌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것
표현을 많이 하고 적게 하고는 사람이 가진 성격의 문제이지
많이 한다고 해서 더 마음이 가고 적게 한다고 해서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고
이런 것이 아니라며 울면서 인터뷰하는 여자 2호의 모습은 참 예뻐보였다


어찌됐든 이 프로그램은 '짝'이다
마지막엔 서로 마음이 가는 사람들에게 고백하고 서로 통하면 짝이 되어야 하는 법이다
여자 1호의 마음을 끝까지 확신할 수 없던 의자왕은 여자 4호를 선택하고 만다 
하지만 여자 1호는 이미 자신이 아닌 여자를 선택한 남자 1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한다
이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우리의 의자왕 남자 1호
그가 짝에서 보여준 훈훈한 외모와 행동들은 참 같은 남자가 느끼기에도 멋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여자 2호와 이 여자를 바라보는 세 남자
여자 2호는 자신이 물에 뛰어들어 자유형을 해가며 마음을 보인적 있는 남자 7호가 아닌
다른 남자를 선택한다
다들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 분들이시고 귀한 아드님들이신데
제가 뭐라고 이분들을 두고 저울질 해야하는 것이 너무 죄송했다고 하는
진심이 담긴 눈물을 보며 '짝'은 정말 못된 프로그램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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