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호형이 짝 이라는 프로그램을 내게 알려주었다
애정결핍과 욕구불만 등등 홀로 서울 한구석에서 모더니즘을 몸소 실현하고 있는 나에게
뭔가 사랑에 대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며 집구석을 뛰쳐나가라는 게였을거다
짝이라는 프로그램을 얘기해주면서 한 출연자에 대해서 얘기했었다
그 출연자는 서울대 출신 수재이면서 현재는 자전거여행가로
전세계 반을 돌았고 이제 남은 반을 같이 여행할 짝을 찾고 싶다고 했다
짝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남자7명 여자5명
여자의 마음을 쟁취하기 위한 남자들의 구애전쟁이라는 어찌보면 재밌기도 한 구도를 보면서
나는 남녀평등이라는 이상향에서는 저만치 멀어져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합숙을 하며 보내면서 오로지 저사람들에게 허락된건
작업을 걸거나 작업을 받는 일 뿐이었고
그 작업들은 온통 상투적인 오글거리는 말들과
낭만의 탈을 쓴 암수의 치열한 전쟁이었다
남녀심리의 허점도 내 눈에 너무나 들어왔다
한 여자를 처음 느낌대로 끝까지 좋아하겠노라 다짐하고서
다른 남자가 사이에 끼어들자 치밀어 오르는 질투를 어찌 하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
한 남자에게 마음이 가면서도 끝까지 다른 사람의 구애에도 여지를 남겨두는 어장관리하는 여자
물에 뛰어들고 말도안되는 고생을 견디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사랑을 검증하는 거라고 말하는 듯한 연출
짝이라는 프로그램은 그렇게 보는내내 실망만을 남겨주었다
그러나 그 중 남자들 사이에 가장 화제가 되었던 서울대 자전거여행가는 그야말로 화제가 될만 했다
외모도 빼어나지 않았고 서울대 최우등졸업에 8개국어까지 하는 그였지만
다른 돈 잘벌고 잘 생긴 남자들 사이에서 남자 2호라는 이름으로 서있는
자전거여행가라는 돈 안되는 직업에 여자들은 처음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자신의 모습으로 그 여자들에 맞섰다
첫날부터 여럿이 모인 어색한 자리에서 분위기메이커로 흥을 돋궜고
기타면 기타 피아노면 피아노, 그리고 오랜 여행생활에서 다져졌을듯한 요리솜씨에
천재를 연상시키는 말주변 등은 우리와 같은 세계를 사는 사람이 아닌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는 일일 데이트권을 따내기 위해 물속에 몸을 던지라는 미션을 한치의 망설임 없이 포기했다
여지껏 그렇게 하지 않아도 좋은 사람을 잘 만나왔고 자기 모습을 바꿔가면서까지
짝을 찾을 필요는 없다는게 그의 인터뷰였다
여자와 단둘이 있을때는 "이렇게 해야만 하는거 같아서 하지만 이건 원래 내가 아니다
원래 이렇게 못한다"며 어떻게든 환심을 얻기위해 모든 걸 하는 남자들과 비교되는 모습을 보였다
초반 아무여자에게도 선택을 받지 못했던 그 남자에게 순간 모든 여자가 호감을 보이며 그를 알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가 호감을 보였던 두 여자는 이미 다른 남자의 열렬한 구애를 받으면서도
그 때문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다른 남자들의 질투심을 극에 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본래 찾으려 했던 여행을 함께 할 여자는 이 곳에 없다며
짝을 찾길 포기했다
짝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패자다
결국에 짝을 이뤄 손잡고 그곳을 나선 사람들이 승자인 것이다
처음부터 첫인상에서 중점을 두고 한 여자만을 일주일 내내 끝까지 지목한 남자들은
대부분 짝을 이뤄 행복한 모습으로 그곳을 나섰다
프로그램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우직하게 한 여자만을 바라본 사람들이
결국 이어질 거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게 되고
이러저리 마음이 바뀌는 사람들은 결국엔 안될거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한정된 공간에서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가둬두고 그들을 시험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렇게 이뤄진 커플들이 그곳을 떠나서도 결혼에 골인 할만큼의 연애가 될거라고는 그리 생각되지 않는다
이미 자신의 눈앞에서 자신과 다른 남자를 저울질 하는 상대방의 행동 그리고 흔들리는 모습을 다 보여준 그들은
앞으로도 서로를 믿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은 짝이라는 프로그램의 출연자들 사이에선 진정한 승자도 진정한 패자도 없다
언론도 이 프로그램을 질책한다
차는 남자의 얼굴이면서 무기이다 라는 나레이션과
외모가 뛰어난 여자를 집중조명하는 연출 등등
이 프로그램은 우리 모두가 속물임을 증명해주면서 조만간 폐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잠깐의 파란을 일으키며 재미있게 그 연애게임을 즐기고 모든걸 버리고 떠난
그 서울대 자전거 여행가가 홀로 이 프로그램의 승자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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